한국 노동 시장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제조업 고용은 전년 대비 14만 명이나 급감하며 7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 23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반도체 산업은 2026년 상반기까지 2.8%의 고용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국내 10대 주요 제조업 중 유일한 성장세로, 노동 시장의 뚜렷한 ‘반도체 편향’을 방증한다.
이번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선두에는 단연 SK하이닉스가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에 대한 선제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빛을 발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약 62%, 2026년 1분기 58%의 압도적인 HBM 시장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독보적인 리더십은 HBM 개발의 선구자적 역할은 물론, 엔비디아(Nvidia)와 TSMC 등 핵심 파트너사들과의 굳건한 협력 관계에서 비롯된다.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이러한 전략적 우위를 한층 더 굳건히 한다. 회사는 국내 첨단 패키징 시설 확장에 약 130억 달러를 투입,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39억 달러를 들여 2028년까지 첨단 패키징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4년까지 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세 배로 늘리고, 2030년경 월 100만 개의 DRAM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물론 HBM 시장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HBM 후공정 처리 역량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특히 2026년 HBM4 본격 공급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론 역시 HBM4 샘플을 출하하며 기술력을 과시했고, 2026년 HBM 생산 능력은 이미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대한 이러한 집중이 노동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다. 지난 6월 첫 10일간 반도체 수출이 205.8% 폭증했지만, 산업의 자본 집약적 특성상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실제로 생산액 10억 원당 고용유발계수는 반도체가 약 2.0명에 불과한 반면, 자동차 산업은 4.3명에 달한다. 한국 전체 노동력 중 반도체 산업 직접 종사자 비중 역시 약 1.5% 수준이다.
소위 ‘삼전닉스’ 현상은 이러한 구조적 왜곡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선두 기업의 높은 임금, 파격적인 보너스, 고용 안정성은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여타 제조업 부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IT·반도체 부문만 성장하고 다른 전통 산업은 침체하는 ‘K자형’ 회복을 고착화시켜 고용 구조 전반을 흔드는 요인이다. 특히 청년 고용은 지난해 5월 전년 대비 25만 5천 명이나 줄어 2021년 1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반도체 업계가 고도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더라도,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탓이다.
결국 정책 당국은 깊어지는 노동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산업 성장을 다각화하고, 신흥 첨단 기술 분야의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전통 제조업의 고용 충격을 완화할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메모리 칩의 견조한 수요가 분명한 기회 요인이지만, 이러한 ‘반도체 편향’의 장기 지속 가능성은 거시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정책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할 중대한 변수다. 산업 구조와 노동 시장의 균형을 맞추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