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HBM이 중심에 서다
인공지능(AI)이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방아쇠를 당겼고, 그 중심에는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6년 세계 HBM 시장이 546억 달러까지 폭증하며 전년 대비 5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능력 확보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붓는 투자 전쟁을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증설 경쟁이 아니라 차세대 AI 반도체 패권을 건 명운을 건 한판 승부다.
조 단위 실탄 장전, 생산라인은 풀가동
양사가 HBM에 쏟아붓는 ‘실탄’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SK하이닉스는 150억 달러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2027년까지 약 80억 달러 규모의 ASML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HBM4 이후 세대의 핵심인 1c급 D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최대 100억 달러 자금 조달을 위한 미국 증시 상장 추진까지,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반격은 더욱 거세다. 2026년 한 해에만 AI 반도체 설비와 연구개발(R&D)에 무려 730억 달러(약 110조 원)를 투입하는,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2026년 말까지 HBM 생산량을 월 25만 웨이퍼로 50% 가까이 늘린다는 구체적인 청사진 아래 평택 P4 증설과 P5 신규 투자가 쉴 틈 없이 이뤄지고 있다.
HBM4 주도권 경쟁: 속도와 수율의 싸움
현재 HBM3E 시장의 주도권은 엔비디아와의 굳건한 동맹을 앞세운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선두다. 하지만 진짜 승부처로 꼽히는 HBM4에서는 전세가 뒤바뀔 조짐이 보인다. 한때 수율 문제로 애를 먹었던 삼성전자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2026년 2월 세계 최초 HBM4 양산 개시 선언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Rubin)’ 플랫폼용 HBM4 성능 테스트에서 경쟁사를 제쳤다는 소식은, 삼성이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메모리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을 결합해야 하는 HBM4는 기술적 허들이 월등히 높기에, 안정적인 수율과 성능을 누가 먼저 손에 쥐느냐가 패권을 결정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