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잠정 합의, 유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
세계 에너지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 선까지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6월 26일,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4.3% 폭락한 배럴당 71.99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러한 가격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 합의 소식에 따른 공급 차질 해소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합의의 이면에는 여전히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어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지난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이슬라마바드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60일간의 휴전을 연장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및 제재 해제에 대한 최종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교적 진전에 발맞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6월 22일,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 제품, 석유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8월 21일까지 허용하는 일반 라이선스 X(GL X)를 발표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달러 결제까지 허용한 이번 조치는 이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 완화다.
시장은 즉각 글로벌 원유 공급량 증가 가능성에 환호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면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약 6천만 배럴의 원유가 즉시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는 2027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78달러로 전망하며, 2027년 4분기에는 7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쟁이 한창이던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평균 유가가 92달러(2026년 기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전망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안갯속 상황은 합의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부분 봉쇄에 들어갔던 이란은 3월 2일 해협을 공식 폐쇄했다. 6월 초부터 선박 통행이 일부 재개되기는 했으나, 6월 27일 현재까지도 해협은 여전히 ‘제한’ 또는 ‘폐쇄’ 상태로 분류되며 통행량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6월 2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빌미로 해협을 다시 폐쇄했고, 25일에는 화물선 피격 사건까지 발생하며 대피 계획이 중단되기도 했다. 27일 오만 인근에 확장 항로가 발표됐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재개방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브렌트유가 7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는 것은 완전한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협상 결렬에 대한 우려가 팽팽히 맞선 결과다. 이란산 원유의 시장 복귀는 분명 글로벌 공급망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근본적인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유가의 변동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4~89%를 수입하는 아시아 시장의 경우, 해협 안정화 여부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특히 막대하다.
결국 향후 몇 달간 국제 유가의 향방은 복합적인 변수들의 함수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최종 합의의 진전 여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행량 변화,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사건 발생 가능성에 쏠려 있다. 여기에 더해 이란의 원유 생산 및 수출 능력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지와 OPEC+의 대응 생산 정책 역시 유가의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