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中 경제강압 공동 대응 천명
한미일 외교장관이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비시장적 정책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이례적인 성명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나온 이번 성명은, 중국의 경제 압박에 맞선 동맹국들의 전략적 결속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특히 총 교역량 기준에서 미국이나 EU보다 중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한국과 일본이 동참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경제적 강압과 비시장적 관행, 자의적인 수출 제한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것이 공동 성명의 골자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3자 경제 안보 협의체는 핵심 기술 협력과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기구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공동 대응은 중국이 2008년 이후 일본(희토류 수출 제한),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호주(농산물 수입 금지), 한국 등 다수 국가를 상대로 경제 보복을 자행해 온 전례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모호한 수입 규제나 선택적 법 집행 같은 비공식적 수단과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라는 공식적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경제 안보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
이번 성명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국은 역내, 특히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견제가 역내 안보 안정화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새로운 3자 경제 안보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한 결정은 매우 실질적인 조치다. EU가 지정한 34개 핵심 품목 중 17개에서 중국이 글로벌 채굴 또는 정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급망 다변화와 회복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미일 3국의 이번 공조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쟁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동맹국들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재편하고 핵심 기술 협력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경제 보복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고통을 안겼을 뿐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례는 중국의 압박이 한 국가의 외교 정책 노선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따라서 이번 3국 공조는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한 집단적 억지력을 높이고, 유사시 발생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막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의 대응 전략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번 한미일 공조가 가져올 지정학적 지형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공급망 다변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면 대체 생산 기지와 원자재 공급처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반도체, 희토류 등 첨단 기술 및 핵심 원자재 분야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 리스크는 상시적인 경영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3자 경제 안보 협의체와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의 작동 방식 또한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메커니즘이 구체화될수록 동맹국 간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이 강화되어 산업별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이제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무기가 된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