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자 국내 배터리 3사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로봇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따돌리고 차세대 기술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그 구체적인 청사진은 지난 2026년 3월 서울 ‘InterBattery 2026’에서 드러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이 자리에서 ESS, AI 데이터센터, 로봇, 드론용 차세대 배터리를 일제히 공개하며 새로운 전장(戰場)을 예고했다.
각사의 기술 경쟁은 치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인간형 로봇용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고, LG전자 ‘클로이’와 Bear Robotics의 ‘Carti100’을 통해 로봇 시장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또한 국내 최초로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를 도입,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가장 먼저 못 박으며 물리적 AI용 파우치형 샘플을 선보였다. AI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기술 역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SK온은 기존 LFP의 한계를 넘어 에너지 밀도를 14~19% 높인 파우치형 ESS 배터리를 공개하고, 현대위아 물류 로봇 공급 계약을 통해 로봇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차세대 기술의 정점에는 ‘무음극(anode-free)’ 전고체 배터리가 있다.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무음극 기술과 고체 전해질을 결합해 성능을 높이는 연구로 이미 관련 특허를 확보하며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의 QuantumScape 역시 무음극 구조에 고체 세라믹 분리막을 적용,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안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단연 중국이다. 소재, 장비, 완제품에 이르는 막강한 생태계를 등에 업은 중국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집중해 온 국내 기업들은 LFP가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열세와 입지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세계 2위 배터리 생산국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정부가 2030년까지 150억 달러를 투입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제조·수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로 한 점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중국과의 ‘가격 전쟁’을 피해 ESS·로봇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전고체와 같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데 달려있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이 시너지를 낸다면, 한국은 다가올 배터리 시장의 패권 경쟁에서 다시 한번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asiae.co.kr
- techinasia.com
- sedaily.com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