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파고, 도쿄게임쇼 2026을 강타하다
올해 도쿄게임쇼(TGS) 2026에서 나타난 중국 주요 게임사들의 대거 불참은 단순한 전시회 외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3개에 달했던 중국 본토 참가사는 올해 75개로 급감했고, 홍콩 기업 역시 18개에서 단 2개로 그 수가 쪼그라들었다. 텐센트의 Level Infinite, 넷이즈, 퍼펙트월드, Seasun, Papergames, Hypergryph, 빌리빌리 등 핵심 퍼블리셔들이 소비자 전시 구역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미호요는 2년 연속 불참을 선언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관계 경색이 게임 산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전략적 재편
중국 게임사들의 이번 도쿄게임쇼 보이콧은 단순한 불참 선언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략적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들은 TGS 대신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과 한국의 지스타 2026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게임스컴 2026에서는 텐센트, 넷이즈, 호요버스 등 60개가 넘는 중국 기업들이 수십억 원의 홍보비를 투입해 대규모 전시관을 꾸리고 10개 이상의 신작을 공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중국 게임사들이 일본 시장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동시에, 유럽 및 아시아의 다른 거점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과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절대 강자다. 2026년 상반기 중국 내수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1,884억 5천만 위안을 기록했으며, 해외 수출액은 무려 30.2%나 급증하며 123억 7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은 중국 기업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글로벌 게임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게임사들 역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에, 중국 정부가 일본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증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게임 산업 역시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사업적 판단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중국 기업들의 집단행동은 아시아 최대 게임쇼 중 하나였던 도쿄게임쇼의 위상을 흔들고, 아시아 게임 허브로서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반면, 한국의 지스타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권 게임쇼는 반사이익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이제 글로벌 게임 산업의 모든 플레이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핵심 경영 변수로 인식하고 시장 다변화 및 파트너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예기치 못한 정치적 변수에 비즈니스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취약점을 드러낸다.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다양한 지역의 전시회에 참여하고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정부 간 갈등이 게임 판호 발급 지연이나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참고문헌
